세계일보

검색

반려동물 수영장·놀이터·호텔까지… ‘동물복지’ 예산 쑥쑥 [심층기획]

관련이슈 세계뉴스룸

입력 : 2021-07-10 19:00:00 수정 : 2021-07-10 19:05:31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울산 ‘애니언파크’ 110억 들여 건립
목욕실·교육시설·가족쉼터 등 갖춰

경북 의성엔 테마파크 ‘의성 펫월드’
전북 임실선 전용 호텔 건립 계획도

전주 유기동물 재활센터 전국 첫 운영
입양 땐 최대 10만원까지 비용 지원

일부 님비시설 인식 주민 반대로 몸살
서울, 소음·안전 등 문제로 확대 난항
울산시 북구 반려동물문화센터 '애니언파크'에서 반려견과 양육자들이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울산시반려동물문화센터 제공

지난 1일 오후 울산시 북구 ‘애니언파크’. 3층 소형견 동반 놀이터에서 비숑 5마리가 목줄 없이 자유롭게 뛰어놀고 있었다. 견주들은 자신의 반려견을 지켜보며 서로의 안부를 묻는 등 담소를 나누고, 다른 한편에서는 프렌치불독이 견주와 함께 반려견용 어질리티(장애물코스)와 미로 등을 이용하며 바삐 오갔다. 반려견 여름이와 시간이 날 때마다 이곳을 찾는다는 김모(43)씨는 “여느 애견카페보다 시설이 좋고 이용하기에 편리한 데다 애들(반려견)도 좋아해 연간 회원으로 등록했다”며 “소위 말하는 ‘가성비’도 좋아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애니언파크는 지난해 9월 개관한 반려동물문화센터이다. 1만3406㎡의 부지에 지하 1층, 지상 2층(연면적 1998㎡) 규모로 지어졌다. 111억3900만원의 사업비가 쓰였다. 민간위탁시설로, 반려견 예절교육실, 콘텐츠 전시관, 입양 홍보관, 체험교육실 등 시설을 갖추고 있다. 대형견·소형견 놀이터와 목욕실, 가족쉼터 등이 있고, 배변봉투와 반려견용 음수대가 있다. 반려동물 간식과 용품을 구입할 수 있는 상점, 음료를 마실 수 있는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개관 후 지난달까지 9550여명의 주민과 5680여마리의 반려동물이 이용했다.

울산시는 애니언파크를 개관하면서 ‘반려친화도시’를 조성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올해 3월 실천협의회를 개최하는 등 구체적 정책과제를 마련,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엔 중구 성안동에 반려동물 놀이시설 등을 갖춘 ‘중구반려동물 전용공원’이 문을 열었고, 남구 문수국제양궁장 옆에는 2012년 3월부터 애견운동공원이 운영 중이다.

◆지자체 반려동물 친화정책 봇물

반려동물 1000만시대.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반려동물 친화도시나 동네를 만드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반려동물 전용 공원, 센터와 같은 시설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반려동물 친화 정책과 조례까지 내놓고 있다.

경북 의성군에는 지난해 6월 국내에서 가장 큰 반려견 테마파크인 ‘의성 펫월드’가 들어섰다. 반려견 전용 수영장과 놀이터, 오토캠핑장 등을 갖추고 있다. ‘오수 의견(義犬)’으로 유명한 전북 임실군은 오수의견관광지(12만585㎡) 부지에 80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반려동물 지원센터를 건립한다. 2023년 완공되는 센터는 지상 2층(1420㎡) 규모로 펫카페와 반려동물 놀이터, 홍보관, 반려동물 캠핑장 등이 들어선다. 이곳엔 민간자본을 유치해 반려동물 호텔을 건립할 계획이다. 앞서 지난 3월에 화장로(3기), 봉안당(1450기) 등을 갖춘 오수 펫 추모공원을 건립했다. 전남 목포시는 지난달 반려동물놀이터(약 3500㎡)를 준공했고, 대전시는 내년 하반기 3만3000㎡ 규모의 반려동물 공원을 개장한다.

지자체들이 이처럼 반려동물 관련 시설을 확충하고 정책을 내놓는 건 점차 늘어나는 반려동물 양육인구 때문이다. 농림축산식품부의 ‘2020년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의식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반려동물 양육 가구는 638만가구로, 전체(2304만가구)의 27.7%로 집계됐다. 반려동물 양육 가구 비율은 2010년 17.4%에서 2015년 21.8%, 2019년 26.4%로 매년 늘어나고 있다.

지자체들은 반려동물 관련 시설뿐 아니라 동물복지 정책이나 조례 등 반려동물 친화적인 정책을 앞다퉈 마련하고 있다. 전북 전주시는 사람과 반려동물이 공존하는 ‘동물복지 도시’를 만들기 위해 2018년 동물복지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이듬해 동물복지 조례를 제정했다. 종합계획은 유기동물센터 설치 운영과 반려동물 활성화 등을 담고 있고, 조례는 안락사 위기에 처한 유기동물을 보호·치료해 분양을 활성화하기 위한 지원근거를 담았다.

부산시도 2022년까지 297억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하는 ‘동물보호·복지 종합계획 2022’를 수립해 추진 중이다. 고양이 종합복지·문화센터 건립과 공성 동물 장묘시설 설치, 직영 동물보호센터 건립, 사육 포기동물 인수·보호제도 시범 운영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충북 충주시는 오는 9월부터 반려동물 돌봄교실을 통해 인식개선사업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동물보호 및 펫티켓 준수 안내판 제작과 청소년 동물보호 봉사단을 운영한다.

◆유기동물 줄이기 위한 정책 추진

각 지자체는 반려동물의 증가와 함께 늘어난 유기동물 문제 해결에도 나서고 있다. 유기동물은 2016년 9만마리에서 2019년 13만6000마리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전주시는 지난해 2월부터 전국 최초로 유기동물 재활센터를 운영 중이다. 유기동물을 구조한 뒤 10일의 공고기간이 지나도록 입양되지 못한 유기동물을 이송받아 기본훈련과 길들이기 훈련, 사회 적응훈련, 미용 등을 거쳐 입양자를 찾도록 돕는다. 유기동물 입양 시에는 입양비용을 최대 10만원까지 지원하고, 반려동물 관련 법령과 펫티켓 등을 교육한다. 시는 지역 내 10개 동물병원을 유기동물 보호센터로 지정해 유기동물 구조와 보호, 입양 등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경북도는 동물등록률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등록률이 높으면 유기·학대 발생 건수가 자연스레 낮아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경북 상주시는 유기동물 입양을 원하는 시민의 집에 유기동물을 데려다주는 ‘유기동물 입양 딜리버리’ 서비스를 하고 있다. 입양비는 없으며 진료비, 미용비, 동물등록비, 펫보험 등에 필요한 비용으로 입양지원금 25만원을 지급하고 있다.

대전시는 올해부터 유기동물 입양비를 기존 10만원에서 15만원으로 높였고, 지원항목에 펫보험 가입비를 추가했다. 길고양이 중성화사업도 2014년부터 5개 자치구 보조사업으로 추진 중이다.

◆주민 반대로 반려동물 시설 건립 난항 겪기도

반려동물 관련 시설들이 항상 주민들의 환영을 받는 건 아니다. 광주시와 남구가 추진 중인 반려동물 문화센터는 지역 주민들의 거센 반발로 위기를 맞고 있다. 시는 반려동물 확산 추세에 맞춰 지난해부터 동물복지 인프라 확충을 위해 센터 개설사업을 추진했지만, 반려동물 문화센터가 님비시설이라는 주민들의 반대로 쉽게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당초 센터 용지로 선정된 월산동 달뫼 커뮤니티센터가 지난해 말 완공됐는데도 일부 주민들의 반발이 여전해 입주절차가 중단됐다. 시와 남구가 고민 끝에 접근성이 양호한 덕남마을 마을회관을 대체 용지로 물색했으나 이마저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서울시가 동물복지 차원에서 대표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반려견 놀이터’ 정책도 인근 주민들의 소음, 환경, 안전에 대한 반발에 부딪혀 확대에 난항을 겪고 있다.

현재 서울시가 직영으로 운영하는 반려견 놀이터는 어린이대공원과 월드컵공원, 보라매공원 단 3곳뿐이다. 주거지역 인근에 계획된 반려견 놀이터들은 주민 반발이 잇따라 사업이 취소되거나 중단됐다.

◆“반려동물과 공존 불가피… 예절교육 등 철저히 해야”

 

“반려동물 양육자와 비양육자의 갈등은 결국 ‘제대로 알지 못해’ 일어난 일이라고 봅니다.”

 

박현종(55·사진) 울산시 반려동물문화센터장은 9일 반려동물 양육가구가 늘어나는 만큼 ‘펫티켓’(펫+에티켓)을 지키지 않아 이웃 간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입마개 착용 등 강화된 규정에도 개물림 사고가 반복되고, 단순한 반려동물 호불호에서 ‘혐오’ 수준까지 극단화하고 있는 데는 여러 곳에서 추진하고 있는 예절교육과 인식개선교육이 실효를 못 보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박 센터장은 양육자에게는 반려동물과 함께 받는 예절교육을 해야 하고, 반려동물과 공존할 수밖에 없는 시대인 만큼 비양육자에게도 반려동물 바로알기 체험학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예절교육은 앉아, 엎드려 등의 명령을 듣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양육자 외의 사람이 만져도 화를 내지 않고, 옆을 지나쳐도 반응을 보이지 않는 등 공존하기 위한 교육이어야 한다고 그는 설명했다.

 

박 센터장은 “그러나 지금과 같은 문화강좌식의 단편적이고 1회성 교육으론 효과를 보기 어렵다”며 “어렸을 때부터 꾸준히 교육하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반려인-비반려인 갈등뿐 아니라 무책임한 양육태도로 발생하는 유기동물 문제까지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동물복지 등에 예산을 투입하는 것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에 대해 박 센터장은 “동물을 가족 개념인 ‘반려동물’로 생각하는 것이 이미 전 세계적인 현상이며, 한 나라를 판단하는 데 동물을 어떻게 대하는지가 척도가 되기도 한다”며 “동물복지 문제는 동물만을 위한 것이 아닌 인간 존중의 시작점이기도 하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울산=이보람 기자, 전국종합 boram@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